디올 라떼·샤넬 쿠키…식사가 아닌 역사를 즐긴다

입력 2022-06-09 17:01   수정 2022-06-17 18:18


음식이 우리 뇌에 남기는 기억은 꽤 강렬하다. 언제 누구와 먹었는지, 어떤 장소에서 먹었는지, 그곳에서는 어떤 향이 났으며 어떤 분위기였는지까지 상세히 기억나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맛에 대한 정교한 기억은 사라져도 그 공간에 대한 아련한 기억은 오래 지속된다.

새로운 공간이었다면 기억은 더 또렷해진다. 지난주 화요일 점심에 간 식당은 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3년 전 프랑스 여행에서 방문한 스테이크 전문점은 생생히 기억나지 않는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공간과 공기와 분위기까지 맛보는 셈이다.

명품 패션 브랜드들은 ‘미식’의 힘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브랜드 스토리를 전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레스토랑은 쇼핑하다 쉬어가는, 단순히 매장 한쪽에 마련된 휴식 공간이 아니다. 오감으로 브랜드를 느낄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한 복합 공간이다. 명품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게 인테리어, 메뉴, 조명과 식기에까지 브랜드 이미지를 충실히 담아낸다.
오감으로 브랜드를 즐긴다
식음료 시설을 결합한 매장의 원조 격은 이탈리아 밀라노 외곽 코르소 코모가에 있는 ‘10 꼬르소 꼬모’다. 패션지 ‘보그’ 이탈리아판 편집장 출신인 카를라 소차니는 수십 년간 쌓아온 패션 트렌드 안목을 바탕으로 1991년 밀라노에 개인 매장을 열었다. 서점, 전시관, 카페, 레스토랑이 결합한 패션업계 최초의 복합 문화공간(콘셉트 스토어)이었다. 그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정원도 즐기면서 여유롭게 쇼핑하자는 ‘슬로 쇼핑’ 개념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화를 향유하며 자신에 대해 알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소비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곳은 개점 이후 밀라노의 ‘핫플레이스’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10 꼬르소 꼬모 이후 문화를 결합한 매장은 세계 주요 도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찌는 2018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첫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를 열었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양식과 구찌의 미학적 요소가 결합했다. 마르코 비차리 구찌 최고경영자(CEO)와 오랜 우정을 이어온 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가 손을 잡았다.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는 2017년 미국 뉴욕 티파니 매장에 ‘블루 박스 카페’를 열었다. 티파니의 상징인 ‘티파니 블루’ 색상을 주로 사용했다. 루이비통은 첫 외식업 도전지로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를 선택했다. 2020년 2월 일본 오사카에 ‘르 카페 브이’를 열었다.

철저한 예약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도쿄의 ‘베이지 샤넬 레스토랑’은 2004년 문을 열었다. 샤넬 유니폼을 입은 스태프가 알랭 뒤카스 셰프가 만든 프랑스 음식을 내놓는다. 디너에는 블랙드레스 코드만 입장할 수 있는 것도 특징.

국내에선 에르메스가 가장 먼저 식음료 매장을 선보였다. 2006년 도산파크 지하에 ‘카페 마당’을 열었다.
600만원 레이디백 대신 2만원 디올 라떼
그간 ‘콧대 높은 마케팅’으로 폐쇄적인 느낌이 강했던 명품 매장들은 식음료 사업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문을 열고 있다. 식음료는 브랜드를 시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수단. 옷이나 가방, 신발보다 가격이 저렴해 진입장벽이 낮고 더 많은 사람에게 명품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디올 성수 콘셉트스토어’는 매장, 정원, 카페로 구성됐다. 696㎡(약 210평) 규모로 지어진 이 건물은 프랑스 파리의 디올 플래그십 매장을 연상시킨다. 건물 앞은 SNS 인증 명소가 됐다. 다양한 디자인의 레이디 디올백, 새들백, 북토트백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디올은 전용 앱에서 이달 24일에 7월 예약을 받는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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